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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펀드 고르는법

좋은펀드 고르는법
좋은펀드 고르는법


2000년 1월 20일. 옛 현대투신 사람들은 만세를 불렀다. '바이코리아 밀레니엄칩주식형펀드' 판매액이 2조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펀드가 폭발하는 오늘날에도 2조원 넘는 펀드는 하나도 없다. 현재 가장 큰 펀드는 1조9000억원 규모 한국운용 삼성그룹주펀드다. 당시 IT 붐의 인기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코리아밀레니엄칩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6월 말 현재 50억원으로 줄었다. 2000~2002년 IT버블이 꺼지며 손실이 30~40%까지 났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IT 붐을 광신했던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펀드들은 아직도 분명히 있다. '알곡'과 '쭉정이'가 섞여 있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쭉정이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고르는 방법은 뭘까.

◆ '화장발 펀드'를 가려내라

= 신경 쓰지 않으면 '버려진 펀드'를 택할 때가 있다. 수익률이 나쁜 펀드를 없애고 이름만 바꿔 파는 사기에 당한 경우다.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페인트칠해 새 차로 파는 격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속어로 '화장발 펀드'라 일컫는다.

피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신규판매되는 펀드들은 일단 조심하는 것이다. 특히 테마를 따라잡는 펀드, 소형주 펀드처럼 투자 범위가 좁은 펀드 중에 중고차펀드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신규펀드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해당운용사가 과거 동일한 스타일의 펀드를 갖고 있었는지 체크해야 한다.

필자들은 이런 펀드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확하게 규명해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운용사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결국 시중에 흔한 스타일의 펀드인데 새롭게 출시됐다고 하면 따져보는 게 좋다

◆ '냄비형 펀드' 반드시 피하라

= IT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자 1개월 뒤 IT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출시됐다. 판매사에 갔더니 "최근 IT주 급등한 것 보셨죠. 이 펀드 지금 가입해야 합니다"라고 권유한다. '급조한 펀드는 단명한다.' '목표 투자기간이 짧은 펀드들은 쭉정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언급하는 금언(金言)들이다. '냄비형 펀드'는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팟펀드'가 있다. 2000년 초 유행했다가 최근엔 간간이 출시되고 있다.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 환매되는 펀드다. 이른 경우 10일 만에 환매된 적도 있다. 보통 15~20% 수익률을 목표로 했다. 단기 고수익이 목표다보니 종목 교체가 잦다. 회전율이 높고 변동성이 크다.

부자연스럽게 수익률을 올리려다보니 도리어 안 좋은 수익률이 나왔다. 시장 왜곡도 커졌다. 자산운용업계에서 10년 잔뼈가 굵은 이주안 대투운용 마케팅본부장은 "한국 펀드역사에서 가장 큰 실패이자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스팟펀드"라고 회고한다. '단기 고수익' 선전문구의 결과가 쪽박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우물안 개구리 펀드'를 조심하라

= 협소한 테마에 집중하는 펀드도 조심해야 한다. 수자원펀드, 베트남펀드, 태국펀드 등이 꼽힌다. 모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일부 물펀드들은 수자원 관련주들이 많지 않다보니 심지어 삼성전자까지 편입하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문 중에서 펌프와 관련된 파트가 있기 때문에 편입했다는 것이다. 투자대상이 좁아 본래 뜻했던 전략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 들 수 있다.


투자대상이 좁은 신개념 펀드는 적어도 첫 번째 펀드운용보고서가 출간돼 스타일에 맞는 운용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한 뒤 들어가는 게 좋다.

베트남펀드도 투자대상이 넓지 않다. 오로지 장기투자만이 성과를 가져다 주는 펀드다. 단기수익률을 선전하는 판매사 권유에 빠지지 않는 게 좋다.

◆ 펀드매니저 인사 기사를 봐라

= "과거에 어떤 펀드를 운용했던 매니저인가요?" 주식형 펀드를 고를 때는 과거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이 매니저의 스타일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가 교체됐고 운용스타일이 바뀌었지만 알리지 않는 펀드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펀드들이 '쭉정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심하게는 1년에 몇 번씩 이동하기도 한다.

펀드매니저가 과거와 달라졌다면 운용스타일이 바뀌었는지 물어봐야 한다. 운용스타일이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는지도 봐야 한다. 과거 수익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교체를 한 것이라면 그 펀드는 '새 펀드'나 다름없다. 과거의 운용실적은 모두 잊는 게 좋다. 신문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이동기사를 잘 읽어야 한다.

참고로 최근 주식운용본부장이 바뀐 곳은 동양투신운용(1월), 기은SG자산운용(2월), 유리운용(작년 12월), 한국운용(작년 6월) 등이다.

◆ 작은 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작은 펀드는 불리하다'다. 설정액과 수익률은 비례하지 않는다. 펀드마다 다르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5억원 이상의 설정액만 충족되면 성장형 주식펀드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문제는 상한선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중소형주 펀드의 경우 순자산이 1000억원이 넘어가면 원래 스타일대로 운용이 어렵다. 실제 유리운용의 '유리스몰뷰티'는 1000억원을 넘으려 하자 운용사가 판매중지를 요청했다.

'설정액이 작은 펀드에 투자해라'는 뜻은 아니다. 설정액 50억~100억원을 안정적으로 웃도는 펀드를 고르는 게 좋다. 너무 작은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 쓸 수 있다.


<출처-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