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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사회적이슈

안일권, "개그우먼 큰누나 안숙희, 지금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

연미복을 차려입은 연주자가 아코디언을 들고 나와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명인'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방법은 커녕 제대로 잡는 법조차 모른다. 당황한 '명인'에게 사회자가 다가가 한심한 눈빛으로 악기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

KBS 간판 개그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명인' 코너는 짧다. 대사도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 묻어나는 재치나 표정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능청스런 연기의 주인공은 이제 2년차로 접어든 개그맨 안일권(28)이다. 지난해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KBS에서 개그맨 활동을 시작한 안일권은 동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물. 안일권은 작년 연말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한 실력파 신예다. 또 연말 종영한 KBS 2TV 인기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정극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시험해 봤다.

이같은 안일권의 연예 활동에는 유난히 연기력이 강조돼 있다. '명인' 뿐 아니라 과거 선보인 '고교천황' 코너에서 그의 캐릭터는 상황 자체보다 연기력을 통해 웃음을 줬다. '고교천황'에서 그가 맡은 날라리 고등학생 역시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다소 전형적으로도 보이는 개그 캐릭터. 그러나 강자에게 약한 모습을 연기하는 그의 개그는 '5초 후가 예상'되면서도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연기력에 대한 신념은 그의 개그 철학과도 맞물린다.

"연기력을 요구하는 개그를 좋아해요. 그래서 개인기도 많습니다. 특기가 성대모사인데, 오광록 이문식 유해진 등 따라할 수 있는 배우가 20여명이 넘어요. 개인기를 이용한 연기를 해 보고 싶었는데 지난해 '소문난 칠공주'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문영남 작가님이 저를 추천하셨다는데 너무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혜성같이 나타나고 싶어서 신인 개그맨 등용 프로그램 출연 안 했어요"

성대모사 20인의 개인기에 신인답지 않은 능청맞은 연기력. 공채 개그맨이 되자마자 '북두신권' '봉숭아 학당' '고교천황' 등 코너를 통해 끊임없이 얼굴을 내밀 수 있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만큼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넘친다.

"21기 중에서 유일하게 저만 '폭소클럽'이나 개그사냥' 출신이 아니에요. 전 그냥 '혜성같이' 나타나고 싶어서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고 공채 준비만 했어요. 물론 대학로 등 공연장에서는 활동을 많이 했죠."

안일권의 자양분은 그가 얘기한대로 대학로 공연이다. 안일권은 2003~2005년, 그의 표현대로라면 '인간 영사기'처럼 대학로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 때의 훈련이 지금 안일권의 연예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개그맨 되는 것 반대했던 개그우먼 큰누나, 지금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

선천적으로도 그는 '개그맨'의 끼를 타고 났다. 그의 4명의 누나 가운데 큰 누나는 알려진대로 KBS 공채 5기 개그우먼인 안숙희 씨. 오재미 이희구 최형만 등과 함께 방송을 한 인물이다. 안숙희 씨는 현재 개그 활동을 접고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개그맨 생활의 어려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안숙희 씨는 안일권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안일권의 넘치는 끼는 낭중지추처럼 조금씩 세상에 알려졌고 2006년에는 결국 공채 개그맨 시험을 통과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누나가 개그맨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봐서 가족들은 제가 개그맨 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물론 큰 누나가 가장 반대를 심하게 했죠. 그런데 누나 역시 말리면서도 '나보다 니가 끼는 더 있다'고 인정했어요. '너의 길이면 가게 돼 있다'고 했고요. 결국 제 길을 제대로 찾아 온 셈이죠. 지금은 가족들, 특히 큰 누나가 가장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화려하게 개그맨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안일권. 그는 조만간 성대모사를 활용한 새 개그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일권은 "물론 제작진이 OK를 하지 않으면 무대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하튼 열심히 해 볼 계획"이라며 멋쩍게 웃는다.